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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 책 :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 &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문학 literature 2023. 5. 22. 17:51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by Ernest Hemingway
한국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은 "로맨스 조", "꿈보다 해몽" 등 개성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이광국 감독의 2018년 영화입니다. 한 때 소설가를 꿈꿨지만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하는 주인공 경유가 우연히 옛 연인 유정을 고객으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 (네이버 정보)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여자친구 집에 얹혀살던 경유(이진욱)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쫓겨난다. 갈 곳을 잃은 경유는 캐리어 하나를 끌고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경유가 그토록 꿈꾸던 소설가가 되어있는 유정(고현정)이 경유 앞에 나타난다.
글쓰기라는 경유의 꿈
경유는 소설가를 꿈꿨던 청년이었습니다. 연인이었던 유정과 습작을 함께 나눠 읽으며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던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둘은 헤어졌고 경유는 등단하지 못한 채 현재의 연인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입니다. 함께 사는 연인이 월세는 어떻게 내고 있는지, 다니는 회사는 잘 다니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 채 근근이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죠. 하루는 부모님이 올라오셨다며 한 이틀 자리를 비워줄 것을 부탁받습니다. 이 참에 부모님께 인사드리겠냐는 연인의 얘기도 무심히 넘기죠. 캐리어 하나 끌고 나와서 무가지에 실린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에 지원 차 면접을 봅니다. 지금껏 마땅히 쓸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담담히 하는 경유는 끝내 글을 써왔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곤 하던 대로 대리기사를 하며 여러 손님을 대하고 무너지는 마음을 홀로 다독입니다. 그렇게 사는 경유 앞에 갑자기 함께 글을 썼던 옛 연인이 등장합니다. 유정은 그 사이 등단을 했습니다. 유정의 책꽂이에는 여러 번역본의 "노인과 바다"가 있습니다. 경유와 사귈 때 경유가 가장 좋아했던 소설인 노인과 바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가장 좋은 번역이라고, 한 번이라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경유의 꿈이 담긴 페이지를 펴보니 아련해집니다. 경유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경유의 꿈을 잘 아는 사람은 유정이었습니다.
유정은 등단했지만 단편소설을 써내지 못한 채 마감에 쫓기는 중이었습니다. 그런 유정에게 연인시절 경유가 힘들게 완성한 글 한편이 생각납니다. 그 글이라면 등단한 다음 발표할 단편 소설집의 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만나던 시절에 썼던 '나그네'라는 소설을 아직 가지고 있으면 자기한테 달라고 청합니다. '어차피' 어디 발표하지 못한 글 아니냐며 자신이 조금 손을 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자신을 만난 이유가 그 소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유는 화가 납니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그 소설을 썼는지 아는 사람이 '어차피' 발표도 못한 소설이라고 한 것에 대해 그간의 설움이 폭발합니다. "노인과 바다"와 같은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경유는 누구보다 글을 쓰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연인이 다시 글 써보는 것이 어떠냐고, 옛 연인이 그 소설을 기억하고 달라고 할 정도로 말입니다.
성실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경유는 글을 쓰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이어갑니다. 손님에게 배려했던 마음에 무시하는 태도로 대리기사비를 떼어먹은 노인네, 차를 긁었다며 억지를 부리고 자존감을 무너뜨린 여인네를 만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 대리기사를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마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처럼 여든 이레가 넘도록 고기를 잡지 못하지만 매일 배를 몰고 나갔던 산티아고 같달까요. 그날 밤도 힘든 마음이었지만 대리기사 일을 하기 위해 나섭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워달라는 요청이 미심쩍었지만 해달라는 데로 해주고 길을 나섭니다. 그때 호랑이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호랑이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뉴스를 들은 지 며칠이 지난 때였습니다. 갑자기 두고 온 손님이 걱정이 되어 차로 되돌아갑니다. 차로 되돌아갔던 일은 경유에게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 장소를 낮에 다시 한번 다녀오며 경유는 노트를 삽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경유는 다시 글을 써보기로 하는 것입니다.
경유와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1952년에 출판한 소설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노인 산티아고(Santiago)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산티아고는 오랜 시간 동안 바다로 진행 중인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낚시에서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산티아고는 큰 어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태평양으로 향합니다. 이 소설은 산티아고의 고독하고 힘든 여정을 묘사하면서, 산티아고의 의지와 끈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냅니다. 캐리어에 짐을 싸서 나왔을 때도 챙겨 나왔던 한 권의 소설이 삼중당문고의 이 책이었을 정도로 경유가 좋아한 소설이 "노인과 바다"였다는 사실이 다시 글을 쓰게 된 경유에겐 희망적입니다. 최근까지 한 편의 글을 쓰지 못했던 경유에게 한 마리의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주저 없이 바다를 향해 나갔던 산티아고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듯합니다. 비록 상어 떼에 다 물려버렸지만 어느 날 큰 물고기를 잡아 올린 산티아고처럼 경유도 매일의 일상 속에서 좋은 소재를 만나 글 쓰기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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